강철의 작가로서 3대를 잇다.
괴산 민속대장간 정성환 명인.
'퉁탕퉁탕' 강철 끓여내고 두드리는 소리가 아직까지 끊이지 않는 전통 대장간 대장장이, 괴산 민속대장간 정성환 명인을 소개드려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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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성한 명인은 초등학교 부친의 가업을 잇기 위해 4학년에 초등학교를 나오게 되었어요.
이후부터 2대째 무려 60여년을 대장장이 외길을 걸어오시다가 아들까지 일을 배우고 있으니, 3대를 이어가는 명실상부 우리나라 전통 대장간이 되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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뜨거운 초여름의 한 낯, 대장간 작업실 곁에 있는 살림집에 초대받아 명인님과 인터뷰를 진행했어요.
멋진 전시장에 떡 하니 걸려있어야 할 상패와 현판들이 방 구석 먼지를 뒤집어 쓰고 빼꼼히 '나 여기 있거든' 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어요.
근사한 전시장에서 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면 더더욱 빛날 것이 분명해 보였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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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성환 명인님은 8인의 역량있는 지역 공예가들과 어울려 작업하고 작품을 전시 판매 할 수 있는 공방센터 건립에 관심이 많으세요.
산골 구석구석 흩어진 지역 명인들을 한데 만나보고 현실에서 사라져가는 전통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, 지금 구상중인 큰 그림이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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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79년 괴산으로 이주해 지인들께 진 빚이자 도움으로 시작한 대장간과 철물점.
농촌 인구가 많고 농업이 생업이었던 오래 전에는 호미와 낫, 괭이로 대표되는 농기구를 제작해 아쉽지 않은 생계를 이어가는 시기도 있었지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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IMF 이후 중국산 농기구가 쏟아지면서 외상 거래처의 잠적, 철물점 재고 폐기, 집세 폭등으로 5번의 이사 같이 매서운 풍파를 겪으며 지금에 이르렀다고 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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농사에 비닐멀칭과 제초제가 도입되면서 주력 제품인 호미와 낫의 수요가 줄어든 시기도 어려웠다고 전해주셨어요.
빠르고 저렴한 생산성에 올인한 현대 사회에서, 손 맛 듬뿍 담은 느린 옛 것을 지켜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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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근 들어서는 모든 시련을 떨쳐내고 빚까지 청산하셨다는 희소식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. 대장간 일 하나만으로 말이죠.
그리고, 그동안 배우자에게 정발 고마웠다는 진심 한마디 남기시고 대장간 작업실과 작품 창고를 안내해주셨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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몸과 마음의 부채가 덜어지자 전통 농기구나 연장 같은 생업을 지속하면서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셨어요.
이곳에 방문하면 현지 여건상 비닐하우스와 임시 창고에 숨어있는 다양한 작품들은 찾아내고 설명 듣고 구매하는 재미도 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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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장간 물건이라고 농기구와 연장들만 생각하시면 곤란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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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3년 여름~가을 서울 건국대학교와 충북 음성에서 개인 전시회를 여신다고 해요.
전통 농기구와 연장들을 고증으로 재현함은 물론 생활용품과 인테리어용 소품같은 창작 작품들도 전시되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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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품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인근의 작가 분들과 교류도 이어지고 있어요.
기술과 작업 공간을 공개하고 품평을 진행하면서 작품의 완성도와 가치를 더욱 높여가려는 의지로 보여집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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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나라 전통 병기들의 미니어처들도 잔뜩 만들어두셨어요.
날 선 실물도 한 때 만들어보셨다고 해요. 그러나 생김새도 용도도 살벌하기 때문에 법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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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역별 환경의 차이로 조금씩 특징이 다른 호미들만 15종을 준비했다고 설명을 들었어요.
호미 모양의 미묘한 차이만으로도 지역 농토의 성질 차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요. 돌이 많은 섬지역은 작고 두껍고 뾰족한, 비옥한 농토를 가진 전라도는 크고 얇고 넓은 모양이 특징이라고 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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해외 아마존 히트상품 호미(HOMI)의 탄생도 이러한 대장장이의 한길 걷기가 만들어냈음이 분명하겠죠.
현실에서, 대장간으로 어떻게 생계가 가능할까 궁금하기도 했어요.
하지만 염려 안해도 되겠어요. 낫, 호미같은 대중적 농기구는 한번에 수천자루씩 주문이 들어온다고 하니까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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명인의 작품이라는 브랜드와 품질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한자루에 1,800원에 수입되는 중국산 호미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세요.
작품 일부에는 자루가 아닌 철제 표면에 '괴산민속' 직인이 멋드러지게 새겨져 있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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현재 우리나라에는 전통 대장장이가 10인 남짓 남아있을거라고 하세요.
잃어가는 문화유산을 지켜가기 위해서, 무엇보다 이 분들 모두가 화색할 수 있도록 관심어린 의식소비가 시급한 시점이예요.
이제부터 땅바닥 호미 하나 함부로 걷어찰 수 없을 것 같아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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호미, 낫, 캠핑칼 등 대중적인 실용 작품들을 로컬즈에서 구매하실 수 있어요.
온라인 홍보에 익숙하지 않으신데다 워낙 다양한 기구들을 제조하고 있어서 모든 상품을 사진으로 정리되지 못했다는게 너무 안타까운 것 같아요.
그렇다면 괴산민속대장간 현장에 방문해 다양한 전통 농기구, 연장, 생활용품, 소품들을 구매하실 수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! (방문 전 연락하시면 좋아요)